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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24대 위원장 취임사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에게 이 막중한 책임을 맡겨주신 모든 조합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야기 하나 전해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멀리 인도 북쪽 지방에서 두 나그네가 눈 내린 고개를 넘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눈이 많이 내리던지 무릎까지 눈이 쌓여 걷기도 힘들었고,
매서운 바람에 추위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때 그들은 눈길에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한 사람은 “살릴 수 있어”라며 그를 업고 가기로 했고,
다른 한 사람은 “힘이 빠져 우리 모두 죽을꺼야” 라면서 홀로 떠났습니다.
결국 남을 업고 간 나그네는 땀을 흘리며 체온을 높인 덕분에 추위를 견디며 고개를 넘을 수 있었고,
혼자 간 나그네는 얼마 못가 얼어 죽었습니다.

지금 CBS의 현실은 ‘내 살길 먼저 찾자’ 라는 유혹이 가득한 고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 길은 함께 가는 길입니다.
업어야 합니다. 끌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살아남을 뿐 아니라, 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년 가까이 CBS의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웃고, 함께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노동조합이 바로 CBS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의 고개를 넘고자 합니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노조, 현장의 목소리가 곧 방향이 되는 노조를 만들겠습니다.
부당한 인사나 책임 없는 경영, 조합원의 권리를 짓밟는 모든 결정 앞에 노조는 단호히 맞서겠습니다.
감시하고, 견제하고, 요구하겠습니다.

기꺼이 싸우되, 그저 싸우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겠습니다.
CBS의 정체성, 즉 ‘우리는 왜 이곳에서 일하는가?’ 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도 답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겠습니다.
우리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지닌 공동체이며, 이 땅에 정의와 희망을 전하는 언론입니다.
이 두 사명을 훼손하는 흐름 앞에 노조가 중심을 지키겠습니다.

CBS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조합 문화와 열린 소통 방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MZ 세대들과 함께 호흡하며, 노조가 더 젊고 유연해질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노동조합은 몇 사람의 힘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만큼 강해지고, 서로를 믿는 만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저 장상원, 그 믿음의 무게를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앞장서고, 버티고, 기어이 함께 고개를 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 06. 24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위원장 장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