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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미디어스] “장애인 탈시설 갈등 표면화하는 정부가 문제” - 김정록 기자 인터뷰
  • 이름관리자 날짜2023-05-11 오후 3:05:47 댓글0 조회283
  •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정록 CBS 기자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923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최근 장애인들의 '탈(脫)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21년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을 타며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권리예산에도 탈시설 지원 예산이 들어가 있다. 장애인권리예산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노동하고 교육받기 위해 필요한 이동권·노동권·교육권·탈시설 예산을 말한다. 시설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이들은 탈시설을 요구하는 걸까?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CBS노컷뉴스는 [장애인의 고려장]이란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취재진은 일주일 동안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며 시설 생활의 문제를 파악하고, 시설을 거부하고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 등을 만나 ‘탈시설’과 관련 우리 사회가 짚어봐야 할 점을 다각도로 보도했다. 지난 3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김정록 기자를 만나 [장애인의 고려장] 취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장애인의 고려장] 기획보도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이나 탈시설을 요구하는 집회 같은 게 많았잖아요. 기자로서 시위 현장도 자주 챙겼는데 이렇게 직접 가서 맞닥뜨리니 그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문제들이 확실히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너무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점이 달랐나요?

    “단순히 집회 현장에 가서 듣는 건 그냥 그렇게 요구하나 보다 하고 끝나죠. 하지만 시설에 들어가서 최소한 10~12시간씩 같이 있어 보고 장애인 가정도 방문해보니 순간순간을, 특히 가족들은 전혀 긴장 풀 수가 없다는 게 느껴졌어요. 또 정부 지원이 너무 부족하단 점도 알게 됐고요.”

    [장애인의 고려장]은 장애인 탈시설 문제를 다룬 보도인데, 취재 계기는?

    “지난해부터 전장연 중심으로 이동권 시위 하면서 논란이 많았잖아요.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는데 이번엔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했고, 장애인 정책 관련 현안 중에서 가장 핵심이 탈시설이라고 판단했어요. 정면으로 부딪쳐 보자고 생각했죠.”

    이전에 탈시설 문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사실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집회 현장에 많이 갔지만, 그냥 듣고 기사만 썼지 실제로 진심으로 고민해 본 적이 부끄럽게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취재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일단 취재하기 전에는 과연 장애인들이 이 시설 밖에서 사는 걸 좋아할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취재하면서 시설에 거주 중인 분들도 만나고 나오신 분들도 만났거든요. 시설에서 지낼 때 건강이 안 좋았던 분들이 나오자마자 살도 붙고 웃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탈시설이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설 유지가 아니라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두 분이 같이 취재하신 거죠. 한 분은 시설 잠입해서 취재하시고 기자님은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분들 취재하셨는데, 이렇게 분담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취재 시작하면서 시설을 찬성하거나 시설 안에서 일하는 분들을 악마화하진 말자는 얘기를 했어요.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정부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단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시설 거주가 마냥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한 사람이 시설로 들어가 야간에도 근무하면서 밀착해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상황을 들어야 했어요. 또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이 정부의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서 취재할 필요도 있었죠. 그런 식으로 나눠서 했습니다.”

    시설이 왜 문제일까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합니다. 비장애인을 시설에서 살게 하진 않잖아요? 비장애인 시설 거주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장애인은 시설에서 거주하는 게 가능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이 가정에 있으면 누군가가 돌봐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 시설로 보낼 텐데요.

    “맞아요. 그래서 시설에 보내는 가족들이 나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정부가 지원을 안 해주기 때문이고, 그게 문제인 거죠. 그분들도 정부에서 충분히 지원해주면 시설 밖에서 살게 하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문제는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부모가 아니라 이런 현실을 방치하는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 보면 시설 분위기가 매우 강압적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할까요?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시설에서 선생님 2명 정도가 장애인 10~15명을 케어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선생님들이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듯해요. 산책 같은 자유로운 활동을 하면 돌발상황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그런 걸 통제하기 위해서 최대한 그렇게 억압하는 것 같아요.”

    10명이라 해도 지도교사 한 사람이 장애인 5명을 돌봐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건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정부에서 더 많은 활동지원사 고용할 지원은 안 해주니까 상황이 안 좋아도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정부 보조금은 얼마나 지원되나요?

    “시설 한 군데당은 모르겠고, 일단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예산이 정부하고 지자체 합해서 1년에 1조 원이거든요.”

    1년에 1조면 적은 것 아닌가요?

    “사실 적은 거죠. 사실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시설에 쓰는 돈이 탈시설에 쓰는 돈보다 많거든요. 근데 또 시설만 놓고 봤을 때 시설에서 온전히 쓸 만큼의 지원은 아니에요. 전문가들도 다 이렇게 얘기해요. 이 부분이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시설 거주 장애인과 일반 가정에 있는 장애인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안 그래도 저희가 시설과 밖에 있는 장애인들의 하루일과를 1시간 단위로 쪼개서 봤거든요. 가장 중요한 게 산책이더라고요. 시설에 거주하는 분들은 자유시간이라고 돼 있지만 산책이 가능하지 않죠. 그냥 누워 있거나 잘 움직이지도 못하게 두는데 시설 밖에 계신 분들은 산책을 하루에 두 번 이상 하고 다들 너무 좋아하세요.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왜 산책 좋아하는지 물어봤나요?

    “물어봤죠. 제가 듣기로는 사람들 보는 걸 되게 좋아한대요. 그래서 시설에 거주하다 나오신 분도 다양한 사람들을 보려고 하다 보니 굽었던 허리가 다시 펴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 보면서 활력을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취재하신 광호(가명) 씨 같은 경우, 한 달에 250만 원 이상을 따로 지출하면서 추가로 활동지원사를 고용하고 있는 거잖아요. 250만 원 이상이라는 게 정부 지원금을 뺀 금액인가요?

    “정부 지원금, 장애인 연금 다 제외한 금액입니다. 이것도 적게 쓴 거고, 거의 300만 원이라고 해요. 왜냐하면 가끔 아버지가 야근하시면 활동지원사가 추가 근무해야 되는데, 그럼 그 비용이 더 늘어나니까 거의 300만 원 되는 거죠. 그걸 매달 그렇게 쓰시는 건데 사실 일반 가정에서도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비용 문제 때문에 이 가정도 부부싸움 심하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가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이 많아요. 제가 직접 만난 분들 중에 이혼한 경우도 있었고요.”

    보조금이 얼마나 나오는 거예요?

    “장애등급에 따라 다른데, 제가 만난 분들 중에 한 달 210시간 받는 분도 있고, 350시간 지원받는 가정도 있었어요. 시간당 1만 7천 원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으로 금액이 나오죠. 그런데 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죠.”

    '장애인 지원주택'이 있던데 지원주택에 들어가면 보조금이 없나요?

    “없지는 않고 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요. 취재한 분 중에 광호 씨 사례가 있잖아요. 제가 어머니께 지원주택 들어가는 게 편하지 않냐고 물어봤어요. 그분이 지금 210시간을 받을 수 있는데, 들어가면 보조금이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광호 씨는 24시간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러면 오히려 사비를 더 많이 내야 되는 거죠.”

    지원주택은 어떤 건가요?

    “말 그대로 저렴한 가격에 장애인 한 명 또는 두 명이 거주하는 형태인데, 거의 빌라가 많지만 아파트도 있어요. 정부에서 집을 임대해주는 겁니다.”

    주택만 임대해주는 건데 활동지원 보조금이 왜 줄어들까요? 지원주택에 어떤 시스템이 있다면 몰라도 그냥 임대주택이잖아요.

    “맞아요. 아마도 주택을 지원했으니 다른 지원은 풀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저도 이해가 안 돼요,”

    서지원(가명) 씨 같은 경우 시설에 있을 때 체중이 28kg였는데 탈시설해 2주가 지나자 40kg대가 되었다고 나와요. 초등학생 몸무게인데, 이분 30대잖아요?

    “저도 처음에 들을 때만 해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했는데, 사진을 보여주셨잖아요. 집에 가서 끼니마다 네 다섯 공기씩 먹고 빵, 우유로 간식도 계속 먹고 하니까 살찌는 거죠.”

    지원 씨 어머니께서 시설에서 대소변 문제로 많이 못 먹게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사실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시설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부모님도 그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죄책감을 많이 덜었다고 하셨어요. 그게 그런 맥락이죠.”

    해외 사례도 취재하셨는데, 해외에선 이미 몇십 년 전에 탈시설 논의가 이뤄졌나 봐요?

    “전문가분들 통해 취재했는데, 국제적으로 50년 전쯤인 1970대부터 이미 논의가 됐고 정책적으로 합의가 된 내용이죠. 근데 탈시설이 완성됐냐고 하면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이 탈시설과 반대로 간다고 쓰셨던데, 왜 그럴까요?

    “일단 탈시설에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잖아요? 시설을 유지하는 편이 돈이 덜 들죠. 그러니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시설 찬성하는 쪽과 탈시설을 요구하는 쪽의 갈등을 표면화해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말씀하신 대로 탈시설 정책에 대해 찬반이 갈리잖아요. 취재하신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탈시설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냐면 어렵긴 하죠. 그래서 탈시설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가 맞는 것 같아요. 근데 꼭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시설 유지에 찬성하는 부모도 계시는데, 그분들이 뭘 몰라서라거나 나빠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어서예요. 중요한 건 정부의 정책 방향이고 추진 의지입니다. 궁극적으로 탈시설 찬반 논쟁에서 벗어나 탈시설을 추진해야죠. 그 속도는 정부가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저는 좀 더 속도를 내면 좋겠어요.”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장애인 가정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어요. 장애인 자녀 돌봄 문제로 싸우다 이혼도 많이 하고요. 장애 아이 케어할 때 연령대가 비슷한 형제자매가 있잖아요. 그 형제자매에게 관심을 못 쓴 부분에 대해 부모들은 또 마음 아파하고요. 개인의 이런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취재할 때 어려웠던 점은?

    “장애인 정책에 얼마가 쓰이는지, 이런 예산에 대해서 분석된 자료나 기사가 많이 없었어요. 그나마 제가 찾아본 몇 개 기사는 수치도 다 틀렸더라고요. 그동안 언론들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부분을 보면 사실 그렇게 많이 보도한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분석한 것도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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