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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성명] 제20대 노조 집행부를 마무리하며
  • 이름관리자 날짜2019-05-30 오후 12:32:06 댓글0 조회179
  • 제20대 노조 집행부를 마무리하며

    2017년 출범한 현 집행부 임기가 이달 말까지다. CBS 노조의 존재 이유를 이루는 네 바퀴인 ‘조합원의 권익 보호’, ‘공정언론의 수호’, ‘회사 미래정책의 견인’, ‘경영진의 비판 감시’가 20대 집행부에서 힘 있고 균형 있게 작동했는지를 돌아본다. 부끄러운 심정이다. CBS 노조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많은 누를 끼쳤다는 자책감, CBS 미래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를 덜어내지 못한 자괴감이 마음을 누른다. 위원장의 무능과 불성실로 인해 20대 집행부에서 함께 헌신한 노조 간부들의 노고와 진정성까지 묻히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대 집행부의 간부들뿐 아니라 집행부와 함께 했던, 그리고 이 집행부에 기대를 걸었던 모든 직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6월초 임기를 시작하는 제21대 새 집행부가 이러한 현 집행부의 한계와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고 또 극복할 의지를 지녔다는 점이다. 새 집행부는 CBS 노조의 존재 근거인 네 바퀴를 새롭게 장착하고 강력한 엔진과 유능한 운전으로 힘차게 주행해 갈 것을 믿는다. CBS 노조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빛을 발할 것이다. 현 집행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기대와 신뢰로 바꿔주길 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는 현 임기 동안 충분히 경고하거나 강조하지 못했던 문제를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것으로서 집행부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지적할 것은, 경고등이 들어온 회사의 공적 기강 문제다. 공사 구분과 상벌 기준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원칙과 기강이 해이해지는 모습이 회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사 및 의사결정과 관련해서 사장 주변 이너서클의 별칭이 나타나는가 하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던 인물이 승진되기도 하며, 매출 증대를 위해 간부의 사규 위반 행위가 은폐됐던 의혹도 포착되고 있다. 위험한 선례가 될 일은 회사 공식 내부 품의를 얻어 진행되고, 향후 악용 소지를 막기 위한 회사의 조치는 이제 공표를 앞두고 있다. 노사가 합의한 조직평가제는 사문화된 채 조직 인센티브의 부여와 활용을 놓고 공적 기준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소속 조직 내 노동 강도의 양극화를 해결해야할 간부의 권한과 의무는 무책임하게 방기된 지 오래이며, 이런 간부의 역할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평가제도는 회사의 무관심 속에 시뮬레이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공적 기강은 사장의 남은 임기 2년간 더 빠른 속도로 해이해지고 CBS의 건강성은 밑동부터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한 사장은 지금 CBS에서 공적 기강과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조직 전체의 활성화와 사기 진작을 이루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략적 예측 없는 '투자'와 명확한 공적 기준이 없는 '선의'는 오히려 조직 사유화 논란을 낳는 '방만'과 '선심' 나아가 '특혜'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 사장은 서둘러 인사 쇄신을 단행해야한다. 더 이상 이너서클이나 블랙리스트 논란이 나와서는 결코 안 된다. 합리적 보상의 기준이자 건강한 간부 역할의 기반으로서 노사가 합의한 평가제도를 더 늦기 전에 시행 및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신상필벌에 적극 나서고 아울러 그 기준에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직원의 사기 진작은 즉흥적 선심이나 온정주의가 아닌, 공적 원칙과 노동윤리에 기반한 평가 그리고 신상필벌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한 사장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CBS의 따뜻함도 가치를 갖는다. 그 길 위에 노조도 함께 할 것이다. 단지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타 직원보다 더 보상을 받도록 나서지도, 또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원칙을 어기거나 정당하게 주어진 업무를 거부 내지 해태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불합리한 징계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하되, 문제의 직원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뒤에 숨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장이 경영진 참모와 간부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마땅히 그래야 한다.

    현 집행부가 충분히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여전히 회사가 외면하고 있는, 그리고 지금은 본래 취지가 왜곡돼버린 시니어제다. 시니어제의 본래 취지와 내용은 시니어들을 생산성 낮은 고령자로 낙인찍어 임금을 깎거나 내보내려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인력구조의 고령화 속에서 조직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기본 목표였고, 이를 위해 시니어들의 전문성을 살리며 적합업무를 적극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기존 TO의 업무라도 고연차 선배로서의 편의에 안주하지 않고 후배들과 함께 노동을 짊어지는 시니어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적합업무든 기존 TO 업무든 조직 내 노동 양극화나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하는 시니어 직원들을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니어제의 취지였다. 그리고 시니어 보상을 위해 마련될 평가제도를 종국에 주니어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적용해서 조직 전체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시니어제의 원래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행되고 있는 시니어제는 평가보상제와 적합업무제가 거세된 채 시니어 근로시간단축제와 재택근무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애초 취지와 달리, 시니어들을 모두 ‘일 안 하는 선배’들로 취급하는 낙인효과로 이어졌다. 회사가 이렇게 해서 얼마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니어 전체의 의욕과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CBS 조직 전체의 활력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조직 내 노동 양극화를 도리어 더 심화시키고 그 해결을 위해 인력 채용에 더 의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의 제도가 주는 인건비 절감의 이익이 이런 손해들을 상쇄할 정도인지 이제는 냉정하고 꼼꼼히 되짚어봐야 한다. 노사혁신TF가 현 제도의 보완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니어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제도적 보완, 시니어를 동기부여하고 그들의 자존감과 역동성을 살리는 리더십 발휘, 이것이 지금 CBS에 부여된 중대한 과제임을 사장과 각 조직의 리더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노조의 현 집행부가 시니어 직원들의 이런 자괴감을 해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20대 집행부가 40회에 이르는 성명과 20회 가까운 노보를 내면서 쏟아낸 많은 말들이 실상 결과를 내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지고 말았음을 안다. 다만 지금 바라는 것은, 그 말들이 공허한 먼지가 아닌 작은 씨앗이 되어 21대 집행부의 힘찬 활동 속에서 열매로 맺혔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21대 노조 집행부의 조합원으로서 그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약속이다.


    2019. 5. 30
    전국언론노동조합 CBS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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